중국 비전트립을 가기 전부터 그 시간들을 통해 하나님이 나에게 무엇을 보여주시고 말씀해주실지 기대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그동안의 제 삶이 바쁜 일상에 지치고 신앙적으로도 슬럼프를 겪고 있어서 더 비전트립을 기대하고 기다렸습니다. 물론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있었지만, 비전트립을 통해 하나님은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채워주셨습니다.
우선, 중국 서안에서 보내는 며칠 동안 ‘쉼’을 얻었습니다. 한국에서 떠나 다른 나라에 있었기 때문에 일상에서의 걱정이나 고민거리들을 잊을 수 있었습니다. 매번 수련회 때마다 리더로서 혹은 교사로서의 책임감이나 부담감을 가지고 참여했었는데, 중국에서는 선생님이 모든 일정을 이끌어주셨기 때문에 부담도 갖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다른 걱정들을 내려놓고 중국의 풍경, 선생님들의 삶, 중국에서 믿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하나님이 나에게 하시는 말씀에 귀 기울이는 시간들이 제게는 참 평안과 쉼이었습니다. 지쳐있던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비전트립을 통해 성경이 단순히 글자가 아니라 살아계신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중국 대학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는 ‘나가 놀기’라는 프로그램이 있는 날 아침에 묵상한 말씀이 주기도문이었는데,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고’라는 구절이 와 닿았습니다. 날씨도 더웠고 혼자 중국 캠퍼스에서 중국 친구들을 만나야 한다는 것에 대해 두려운 마음이 컸는데, 그 프로그램이 나에게 시험이 되지 않고 그 속에서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를 찾을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캠퍼스에 갔습니다. 저희 팀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나가 놀기’를 했는데, 서안은 여름이 매우 더운 지역이어서 2시부터 4시까지는 사람들이 거의 밖에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캠퍼스 안에도 학생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몇 사람에게 말을 걸었는데, 다들 친절하게 답해주기는 했지만 바쁘게 어딘가 가는 중이어서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습니다. 날씨는 더웠고 모든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지만 신기하게도 짜증이 나지 않았습니다. 덥지만 캠퍼스 안에 그늘이 많아서 잠시 앉아 더위를 식힐 수 있는 것에 감사했고, 중국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대신 캠퍼스와 그 맞은편에 있는 마트 등을 구경하고 중국 사람들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름대로 즐거웠습니다. 그냥 그 날은 모든 것이 다 괜찮다 느껴졌습니다. 저녁에 평가회를 할 때 생각해보니 ‘시험에 들게 마시고’라는 말씀이 내 삶에서 이루어진 것 같아 감사했습니다.
또 고아원에 방문해서 장애가 있는 그 아이들이 하나님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하는 것을 볼 때도 말씀이 살아있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성경에 예수님이 날 때부터 눈 먼 자를 고치실 때, 이 사람은 누구의 잘못으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냐고 묻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때 예수님이 하신 말씀은 그가 소경으로 태어난 것은 누구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서라고 대답하십니다. 그 말씀을 들었을 당시에는 그냥 일상적인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고아원 아이들을 보며 그 말씀이 떠올랐을 때는 마치 그 말씀이 살아있어서 내게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성경은 단순히 글자가 아니라 살아있고 그 자체로 능력이 있는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비전트립을 통해 신앙적인 슬럼프도 많이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들이 외롭고 힘들지만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품고 끝까지 순종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제 삶과 신앙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나는 얼마나 하나님 뜻에 순종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내가 하나님의 마음을 알고자 애쓰긴 하는지, 하나님이 내게 주신 비전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했습니다. 그리고 중국인 중에서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도 만났는데, 그 분들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신앙을 보면서 하나님과 나와의 첫사랑을 떠올렸습니다.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게 되고 그 주님이 너무 좋아서 지금보다 더 열정적이고 뜨겁게 주님을 사랑했던 그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졌습니다. 그리고 그 날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차갑고 각박해져가던 신앙이 어느 정도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굳어있던 마음이 몽글몽글 녹는 기분이었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은혜에 감격하는 마음을 잊고 살아가는 못난 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나와 함께하시고 여전히 사랑해주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져서 많이 행복했습니다.
중국 비전트립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오니, 그 시간들이 꿈인 듯 느껴지기도 합니다. 서안에서의 며칠은 한국에서의 삶과 완전히 분리된 시간이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국 서안에서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들이 제 마음에 남아있고, 회복된 신앙이 조금씩 제 삶을 변화시키고 있음을 확신합니다. 중국에서 나와 함께하신 하나님이 지금도 나와 동행하심을 믿습니다. 그 주님을 의지하며 더 큰 열정으로 살아가리라 다짐합니다.